나는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편이다.
예쁜 패키지에 든 제품을 개봉하고 나면 종이상자조차 쉽게 버리지 못한다.
학창시절 열심히 공부한 흔적이 남은 영어 단어장, 필기노트, 수학 문제집도 추억이라며 껴안고 있었다.
이렇다 보니 언제나 내 방은 미어터졌다.
방이 너무 어수선해서 오늘은 마음잡고 책장을 정리하기(버리기)로 했다.
여전히 미련이 많이 남았지만
개중에는 관심 없던 교양과목의 수업자료, 대학교 신입생 안내서 같은 버릴 수 있겠다 싶은 것들도 많았다.
이렇게 한바탕 버릴 것들을 추려낼 때면 추억에 잠긴다.
별 볼일 없다 생각했던 지난 시간들이 떠올라, 버려야 할지 말지 상당한 내적 갈등을 겪는다.
자꾸만 나이를 먹어가는데 나의 낡은 물건들이 새 물건들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못하고 있었구나.
마음이 바뀌기 전에 폐기할 녀석들을 냉큼 분리수거함에 버리고 왔다.
후련했다.
버리지 않았다고 해서 딱히 들춰보지도 않았으리라.
과거를 회상케 한 것만으로도 오늘 그 녀석들은 충분히 제 몫을 한 것이다.
자,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시 빈자리를 채워나갈 것이다. 더 좋은 것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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