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서 사람들은 잘 하지 못하더라도 맡은 바에 늘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었다.
퇴근 이후에도 그들과 어울리는 것이 즐거웠다.
회사의 제반사항이 덜 만족스럽더라도
좋은 사람들과 일하는 곳만큼 좋은 일터가 어디 있겠느냐며 합리화했다.
수년이 흘러 나도 어느덧 완연한 조직의 일원이 되었고,
일보다 사람 때문에 출근하기 싫은 날이 늘어만 간다.
지나간 시간에 비해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중 가장 많이 변한 건 나일까.
주변 사람들일까.
회사일까.
아무도 변하지 않았는데
과거의 순진했던, 어쩌면 좀 모자랐던 내 시선 탓에 지금 더 힘든 걸까.
대통령이 되고 싶고, 남북통일을 이루고 싶은 허무맹랑한 꿈이 아니라
나의 몸짓 하나로 아주 작은, 긍정적인 변화 정도는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었다.
허나 세상에는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눈하나 깜짝 않는 사람들도 있더라.
그들에게 맞추려는 노력도, 그들을 변화시키려는 노력도 모두 통하지 않는 그런 사람들도 있더라.
그런 그들과 어울릴 수 없다고 한들 그것이 절대 내 잘못이 아니다.
이제는 그냥 인정하기로 했다.
“일로 만난 사이”는 결코 회사 밖에서 만난 사람과 같을 수 없음을.
처음부터 관계에 선을 긋고 시작하겠다는 건 아니다.
다만 업무로 맺어진 사람들로 인해 과도한 감정소모를 하는 것은 낭비가 아닐까.
가뜩이나 모자란 내 에너지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쓰지 않겠다.
함께 있으면 행복한 사람들에게 편파적으로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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